작년 봄 회사 건강검진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마흔 중반이 넘도록 별 탈 없이 지냈던 터라 좀 당황했죠. 약을 바로 먹을 정도는 아니라기에, 우선 반년만 식습관을 손봐 보기로 하고 이것저것 찾아 먹어 본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먼저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 차전자피 — 장에서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을 붙잡아 내보내는 수용성 식이섬유
- 홍국쌀 —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성분(모나콜린 K)이 든 발효 쌀
- 양파 — 퀘르세틴과 유황화합물로 혈관과 혈액순환을 돕는 흔한 식재료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음식 몇 가지로 수치가 정말 움직일까 싶었고, 인터넷에 도는 정보는 과장된 게 워낙 많으니까요. 그래도 검진 재검까지 시간이 있으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고지혈증, 정확히는 이상지질혈증이 골치 아픈 건 웬만해선 증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어서 방심하기 딱 좋죠. 그러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그제야 문제가 드러나니, 수치가 오르기 시작할 때 관리하는 게 제일 편하다는 걸 이번에 배웠습니다. 병원 처방이 필요하면 당연히 받아야겠지만, 그 전 단계에서 식탁부터 바꿔 보는 건 누구나 해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반년 동안 꾸준히 챙긴 건 결국 세 가지였습니다. 차전자피, 홍국쌀, 그리고 양파. 특별할 것 없는 재료들이지만 각자 작동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더군요.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① 차전자피 — 물에 타 마시면 장 속 콜레스테롤을 붙잡아 내보냅니다
제가 제일 먼저 손댄 게 차전자피입니다. 질경이 씨앗의 껍질인데, 수용성 식이섬유가 아주 풍부합니다. 물을 만나면 부피가 몇십 배로 부풀어 젤처럼 변하는데, 이 젤이 장을 지나가면서 담즙산과 LDL 콜레스테롤을 붙잡아 대변과 함께 내보냅니다. 식약처에서도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한 기능성 원료라 믿음이 갔습니다.
원리가 재미있습니다. 담즙산이 빠져나가면 우리 몸은 그걸 다시 만들려고 간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끌어다 씁니다. 결과적으로 혈액에 떠돌던 콜레스테롤이 조금씩 소모되는 셈이죠. 저는 이 대목이 마음에 들어서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챙겼습니다.
제가 마셨던 방법
가루 3~5g을 시원한 물 한 잔(200ml쯤)에 넣고 뭉치지 않게 빠르게 저은 뒤 바로 마셨습니다. 조금만 지체해도 컵 안에서 굳어 버려서 넘기기가 영 불편하더군요. 그리고 마신 다음에 반드시 맹물을 한두 잔 더 마셨습니다. 물이 부족하면 장에서 제대로 부풀지 못하고 오히려 속이 더부룩해질 수 있어서, 이 부분은 꼭 지키시길 권합니다.
② 홍국쌀 — 밥에 조금 섞으면 간의 콜레스테롤 생성을 눌러 줍니다
두 번째는 홍국쌀입니다. 붉은 누룩곰팡이로 쌀을 발효시킨 것인데, 여기에 모나콜린 K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게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알고 보니 콜레스테롤은 먹는 음식으로만 생기는 게 아니라, 몸속 콜레스테롤의 70~80%는 간에서 스스로 만들어진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기름진 걸 줄여도 수치가 안 떨어지는 사람이 있는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모나콜린 K는 간이 콜레스테롤을 만들 때 쓰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스타틴 계열 약과 작동 원리가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죠. 그만큼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뒤에 적을 주의점도 있으니 그 부분은 꼭 함께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밥 지을 때 이렇게
흰쌀이나 현미를 평소처럼 씻은 다음, 전체 쌀의 10~20% 정도만 홍국쌀로 섞어 밥물을 맞추고 취사하면 됩니다. 한 가지 요령이라면, 홍국쌀은 이미 발효·가열을 거친 것이라 따로 씻지 말고 마지막에 가볍게 얹듯 섞는 겁니다. 박박 씻으면 붉은 색과 함께 모나콜린 K도 물에 빠져나가 버리거든요. 저는 처음에 이걸 모르고 헹궜다가 밥이 하얗게 나와서 다시 배웠습니다.
③ 양파 — 매일 먹는 재료지만 혈관에는 은근히 든든합니다
마지막은 양파입니다. 앞의 둘이 좀 특별한 재료라면, 양파는 냉장고에 늘 있는 것이라 오히려 실천하기가 제일 쉬웠습니다. 양파에는 항산화 성분인 퀘르세틴(Quercetin)이 많은데, 혈관 벽의 중성지방과 산화된 콜레스테롤을 다루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데도 심혈관 질환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 양파 소비가 많다는 이야기도 여기서 나옵니다.
퀘르세틴은 혈전이 잘 생기지 않도록 돕고, 양파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유황화합물은 혈액 순환과 좋은 HDL 콜레스테롤 쪽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저는 볶음이든 국이든 양파를 넉넉히 넣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흡수율을 높이려면
양파는 가열해도 핵심 성분이 크게 손상되지 않습니다. 특히 올리브유에 살짝 볶아 먹으면 지용성 성분과 함께 퀘르세틴 흡수가 좋아진다고 해서 저는 이 방법을 자주 씁니다. 손질하다 나오는 깨끗한 겉껍질도 버리지 않고 바짝 말려 뒀다가 따뜻한 물에 우려 차로 마셨습니다. 맛은 구수하고, 버리던 걸 쓰니 아깝지도 않더군요.
음식만큼 중요했던 생활 습관
솔직히 말하면 이 세 가지 음식보다 더 큰 몫을 한 건 나쁜 습관을 줄인 쪽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걸 챙겨 먹어도 다른 데서 계속 밀어 넣으면 표가 안 나니까요. 제가 신경 쓴 건 두 가지였습니다.
- 정제 탄수화물과 액상과당 줄이기 — 저는 콜레스테롤이라면 고기 기름만 생각했는데, 흰쌀밥·빵·면·단 음료의 당분이 더 문제라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쓰고 남은 당은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바뀝니다. 믹스커피와 탄산음료를 끊은 게 체감상 제일 컸습니다.
- 걷기라도 매일 — 거창한 운동은 못 했고, 점심 후 20분씩 빠르게 걸었습니다. HDL은 운동으로 올리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재검 때 HDL이 조금 오른 걸 보고 걷기를 계속하게 됐습니다.
반년 뒤 재검에서 LDL이 눈에 띄게 내려와 있었습니다. 음식 하나 덕분이라기보다, 식탁과 습관을 조금씩 바꾼 게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극적인 비법 같은 건 없었고, 그냥 매일 조금씩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하게 검진 결과지에 빨간 줄이 생겨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부담 없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아침 차전자피 한 잔과 홍국밥, 그리고 볶은 양파 정도로 시작했는데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할 만했습니다. 다만 다음 한 가지는 꼭 확인하고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 이 글은 제 개인 경험과 자료를 정리한 건강 정보일 뿐,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특히 홍국쌀은 스타틴 계열 약과 비슷하게 작용할 수 있어, 이미 콜레스테롤 약을 드시거나 간·근육 관련 질환이 있는 분은 함께 먹기 전에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효과와 체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